| 앞에서 유학의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학에 대비하여 우리가 해야할
일들이 어떤 것인지 해답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. 우리가 먼저 修身의 차원에서 해 야 할 일은 '자기인식'이다.
내가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조명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 다.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와 관련시켜 자기를 보아야
한다는 것이다. "나 는 우리 문화의 산물이다", "우리 문화는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이 많으므로
나 자신 도 특수성을 갖고 있는 개체이다", "나 자신이나 국가, 민족을 보는 나의 시각은 모 순,
선입관,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", "한국인으로서의 '나'라는 개체는 한국 문화라 는 색막으로 둘러싸여
있어 모든 사물을 이 막을 통하여 일정한 색깔을 갖고 본다." 따라서 우리 인간은 일정한 문화권에 속한 이상
사물이나 형상을 직관하지 못한다고 한다. 자기 인식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자기를 둘러싼 이 색막을 벗어버리려는 부단한
노력이 있어야 한다.
유학생은 고국을 떠나 낯설은 이국 땅에 몸을 담게 된다. 여기에서 우리는 외국인 이 한국, 한국인을 보는 새로운
시각을 접하게 된다. 이 단계에서는 자기가 자신, 한 국 또는 한국인에 대하여 평소 생각했던 것이 외국인들이 생각하는
것과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.
이제는 자신과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의견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 다. 평생 처음으로 외국인이 설정한
준거를 거울삼아 자기 자신을 비춰본다. 여기에 서 자신의 오류, 모순 등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.
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민족성을 논할 때 긍정적인 면만을 보게 된다. 마찬가지로 우 리 민족의 국가관이나 역사관은
아전인수 식의 주관적 견해를 많이 내포하기 마련이 다. 허나 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면만을 보지는
않는다. 개인의 경 험에 따라 시각이 형성되므로 좋지 못한 경험을 했다면 이로 인하여 한국인을 긍정 적으로 볼
리가 없다. 자기 의견과 외국인 의견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를 합리적으 로 축소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자신을 인식할
수 있을 것이다. 이것은 남의 의견에 따라 자신을 항상 되돌아보고 반추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. 이점에서 볼 때,
요즈음 사회적 논점이 되고 있는 조기유학의 적합성에 대한 해답을 부분적이나마 찾을 수 있다. 두 번째로 필요한
것이 '자기개방'이다. 민주사회에서 자기개방은 인간성장의 기 본 요소이다. 외국생활에서 자신을 폐쇄하고 다른 사람과
접촉을 금하는 극단적인 사항에서 앞에서 언급한 자기인식도 있을 수 없다.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못할 때 외 국인과의
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역시 자신을 고립화시켜 가는 과정으 로 볼 수 있다. 외국에서 다른 민족에
비하여 우리 한국인들의 응집력이 강하게 나타 난다. 응집력이 강할수록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높아지고 자기방어를
위한 폐쇄성 이 나타난다.
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수가 많으면 캠퍼스 내에서 무의식으로 하나의 섬(Enclave) 을 형성한다. 이 섬은
우리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안식처가 된다. 이 안에 있으면 몸 은 이역 만리에 와 있건만 마음과 생활방식은 한국식을
벗어나지 못한다. 학생들은 이 섬을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. 설사 섬 밖으로 나들이라도 한다면 도서관, 강의실 및
실험실만 들르는 것이 고작이다. 이 돌 징검다리가 유도하는 곳만 가면 된다. 그 밖의 장소는 둘러볼 엄두도 내지
못한다. 이 같은 폐쇄성은 새로운 것의 수용을 차단 하고 동료 집단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기 마련이다. 외국문화에
대한 적응은 직 접 경험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고립상태는 직접 경험의 가능성을 감소 또는 소멸시 킨다.
셋째로 유학을 위하여는 '의사소통 능력'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부언할 필요도 없 다. 여기에서 의사소통이란 문화의
벽을 초월한 소통(Cross-Cultural Communication)을 말한다. 앞에서 문화의 의하여 형성된
색막을 논한 바 있다. 언 어의 의미도 이 색막이 부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. 가령 나 자신이 어떤 외국
인과 대화를 한다고 할 경우 내가 전달하는 언어의 의미는 나를 감싸고 있는 색막에 의하여 결정된다. 우리 문화
풍토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게 된다. 허나 이 말이 외국인에게 전달될 때 받아들이는 외국인도 전달자의
의도대로 이 뜻을 받 아들일 수 있을까? 외국인도 자기 문화에 의하여 형성된 색막을 갖고 있는 바 이 색 막이
들어오는 말의 뜻을 자기 의미로 바꾸어 놓는다.
결과적으로 볼 때 말한 사람이 의도한 의미와 받는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 의미간 에 큰 거리가 생기고, 이로 인하여
오해가 발생한다.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이 부여 한 의미는 외국인의 문화를 모른 채 자기 문화속에서 임의로 부여한
상징적인 것이 며 상대방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뜻을 실질적인 의미라고 한다. 우리가 외국어를 습 득하는 과정에서는
상징적 의미와 실질적 의미를 구분하여 유학이라는 경험을 통하 여 실질적인 의미로 접근해야만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.
위의 논리로 볼 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.
'유학'이라는 상징적인 단어가 주는 의미는 실로 복잡하고 중요하다. 유학은 문화·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개인의
성장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된다. 유학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하고 좋은 경험을 체득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바 유학의
개념이나 다가올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면 유학이 주는 값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. 유 학을 결정할
때에는 각기 처한 상황에서 유학이 가져올 수 있는 상대적 이점을 신중 히 고려해야 한다. 이제 각자는 그래프에
미래의 구도를 그려보아야 한다.
유학을 통하여 개인이 겪게 되는 경험 중 소중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. 주위를 보면 모두 값진 경험들이며
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유학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 이다.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성을 갖고 부여된 기회를 최대한으로
활용해야 한다. 이 를 위하여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는 '자기인식', '자기개방'과 문화의 벽을 넘은
'의사 소통 능력'이다. 해외유학생들은 대양을 항해하는 '배'에 비유할 만 하다. 자기인식은 배의 균형을 유지하게
하는 중심력을, 자기개발은 부력을, 의사 소 통 능력은 추진력을 준다. 여기에다 학문적 목적이 가미되면 항해하는
방향감각을 준다.
앞으로 국제 간 의사 소통 능력이 국제사회에서 필수적인 자질이 될 것으로 전제한 다면 전문성에 대한 개념도 달라질
것이다. 세계를 무대로 할 때 새로운 지식은 마 치 화산과 같이 여기 저기에서 폭발하고 있다. 새로운 지식이 어디에서
생성되든 남 보다 새로운 것을 먼저 접할 수 있는 능력이 전문성으로 정의될 것이다. 이 정의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
문제시되는 것은 우리가 저장하고 있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새 로운 것과 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. 이러한 전문성을
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 가? 유학과 전문성 개발간의 관계도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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